Bravobo

Sunday, March 05, 2006

어항
마르셀 베알뤼




어항 속의 붕어 때문에 나는 책을 읽을 수 없었다 내 시선은 연신 반짝거리며 움직이는 이 생물, 나의 고독한 공간을 채우는 유일의 생명 조각쪽으로 쉬지 않고 되돌아갔다. 둥근 모양의 유리 항아리를 뚫어지게 바라보노라면 그 속에 사는 주인이 투명의 벽을 지나 방 속으로 들어와 헤엄치며 그 금빛 파동으로 나를 놀리는 듯했다 어느 날 나는 참다 못해 어항을 깨뜨려버렸다 방바닥에는 한 순간 불꽃의 분출과도 비슷한 반짝거림이 있었다 복수를 확인하기 위하여 나는 이 작은 생물을 손에 거두었고 이 생물은 손바닥 안에서 최후의 몸부림을 쳤다 그러자 내가 놀라 망연자실한 것은 이 미물이 움직이지 않게 되자 나의 손바닥 안에 놓인 것은 이미 차가운 물체에 지나지 않았고 그것은 황금의 열쇠였다 열쇠 …… 순간, 나는 깨달았다 미친 듯 방을 뛰쳐나온 나는 도시를 가로질러 갔다 그리하여 이 희안한 열쇠 덕분에 어제까지도 문지방을 넘을 수 없던 나의 애인의 집안으로 들어갔다 그녀는 나를 기다리고 있었고 내가 꿈 속에서 보던 그녀와 몇 천 배 달랐고 몇 천 배 어여뻤다 나는 그녀를 팔 안에 안았다 그러자 그녀가 몸을 뒤트는 모습은 일순간 금붕어의 최후의 꿈틀거림을 생각케 했다 그러나 그녀는 이미 강물 같은 애무로 나를 뒤덮고 있었다 그리하여 내가 쾌락의 극에 이르렀을 때 내 주위의 벽들은 수정같이 빛나고 동시에 죽음 같은 냉기가 나의 온몸에 퍼졌다 그리고 공포에 사로잡힌 나는 나의 육체가 차츰 비늘로 덮여지는 것을 느끼는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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