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avobo

Tuesday, June 13, 2006

폐왕성




폐왕성과 의종에 관하여
고려 18대왕인 의종이 정중부의 난으로 쫓겨나 유배를 왔던 곳이다. 인종의 맏아들이었고 제2비인 공예태후 임씨의 소생이었던 의종은 1146년 왕위에 올랐다. 처음에는 왕권강화에 힘썼으나 점차 방종하여 문신들과 어울려 연회를 베푸는 일이 잦아지면서 문신들을 우대하고 무신들을 홀대하여 정중부의 난을 일으키게 만들었다. 김보당에 의해 복위를 꿈꾸며 경주로 옮겨졌다가 결국 이의민에게 죽고 만다.
폐왕성은 길이 640미터 높이 8미터의 산성으로 유배왔던 의종이 머물렀던곳이며 거제시 둔덕면에는 여러 마을의 이름에 당시의 흔적들이 남아있다. 상둔과 하둔은 호위군의 주둔지로 넓은 들에 둔전을 설치하여 식량을 생산 공급하던 곳이었고 농막 마을은 농사를 짓는 곳, 마장과 시목은 말을 키우던 곳이라는 의미이다. 폐왕성이 있는 우두봉은 정상부위에 초원이 있는데 이 초원에 의종때부터 말을 방목하였다고 한다.

전쟁을 대비한 무기로 쓰기 위해 비축해 두었던 것일까? 바닷가에는 널려있지만 산위에서는 보기힘든 몽돌들이 무더기로 있는 곳이 있었고 누군가 그 몽돌을 바위위에 쌓아두었다. 왕위를 뺏기고 머나먼 유배의 땅에 새로 둥지를 틀었던 의종은 이곳에서 복위되기를 꿈꾸었을 것이고 그를 따라왔던 무리들은 의종과 더불어 다시 찬란한 햇살 아래 서기 위해서 얼마나 많은 노력을 했었을까? 세월에 묻혀서 의종은 이제 역사속의 인물로 남아있고 그가 한시절을 보냈던 성은 무성한 풀숲에서 주인을 잃은채 쓸쓸히 잠들어있다. 성을 뒤로하고 둔덕쪽으로 내려오며 뒤돌아서서 올려다 본 폐왕성. 견내량을 바라보며 서있는 폐왕성의 어디에선가는 복위를 꿈꾸다 떠났고 끝내 경주에서 세상을 하직했던 의종의 넋이 남아있을 듯 하다. 그리고 팔백년이 넘는 세월이 흐른 지금 그곳에서는 역사의 패자인 한 남자의 삶이 아주 일부분 조용히 사람들의 기억밖으로 사라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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